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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의 엄지

2007.06.13 01:00

일요일에 동칸네 집에 놀러 갔더니, 책장에 [판다의 엄지]가 있길래 빌려 왔다.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를 쓴 스티븐 제이 굴드 아저씨의 진화론 책이다. 여전히 잘못 알 고 있던 진화에 관한 여러 가지 사실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판다의 엄지]에 관한 내용은 이런 내용이다.

1. 보통 걍 판다라고 불리는 [자이언트 판다]는 본디 [곰]에서 분화한 종이다. 주로 육식을 하는 곰과 달리 판다는 대나무를 주식으로 한다. 그런데 판다는 마치 사람처럼 대나무를 손으로 잡고 뜯어 먹는다.

2. 원래 곰이나 개나 고양이 등은 발바닥이 편평해서 물건을 집을 수가 없다. 핡퀴거나 찢는 일에나 적합하다.

3. 자세히 보니 판다에게는 [엄지]가 있더라!

4. 엄지가 다른 손가락과 반대 쪽에 있어서 물건을 집을 수 있다는 사실은 영장류가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준 중요한 특질이라고 한다.

5. 게다가 더 자세히 살펴보니 판다의 엄지의 반대편에 있는 발가락은 4개가 아니라 5개였다. 즉, 판다의 엄지는 새로운 [여섯 번째 손가락]이었던 것이다!


대체 어떻게 여섯 번째 손가락이 생겨난 것일까.

Q. 판다의 엄지는 정말로 손가락인가요?
A. 해부학적으로는 손목의 일부인 [요골종자골]이 비대하게 커진 것입니다.

Q. 판다의 선조에게서 엄지가 생겨나는 진화는 얼마나 오랫동안에 걸쳐 일어 났나요?
A. 단 한 번의 변이였습니다.

Q.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새로운 손가락이 생겨 나려면, 여러가지 복잡 다단한 일들이 발생해야 할 것 같은데요. 엄지의 모양을 결정하는 여러가지 유전자라던가, 근육 배치를 조정하는 유전자라던가..
A. 복잡 다단한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유발하기 위해 필요한 유전자는 단 하나일 수 있습니다.
생명체는 탄생후에 아주 복잡한 분화 및 발육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성장 초기의 작은 파라메터의 변화가 성장 후에 아주 복잡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판다의 뒷발에도 [경측종자골]이라는 뼈가 커져 있는데 새로운 발가락의 모양을 갖추지도 못했고 생활에 아무런 쓸모도 없습니다. 이 사실은 생장초기의 간단한 유전적 변화가 요골종자골과 경측종자골에 모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요골종자골이 커지게 되면 이에 붙어 있는 외전근이 밀려나면서 새로운 엄지를 원래의 손가락과 마주 본 채 오므릴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러운 연쇄입니다.

Q. 듣고 보니 어쩐지 정상적인 진화가 아니라, 임시변통으로 생겨난 엄지 손가락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A. 이것이 바로 정상적인 진화입니다. 임시변통으로 생겨난 것은 사실일 수도 있지만, 엄지로서의 기능은 훌륭하게 하고 있지요!

Q. 아니, 쓸모도 없는 커다란 [경측종자골]이 생기게 되는데, 이런 것이 정상적인 진화란 말인가요?
A. 대부분의 진화는 원래 있던 것이 아주 조금 변이하는 것입니다. 그 변화가 생존에 있어서 우위에 있게 된다면 자손에게 이어져 성공하는 것이고, 부수적인 변화가 딸려올 수도 있는 것이죠. 다윈 아저씨는 진화의 증거를 완벽함보다 불완전함에서 더 찾기 쉽다고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Q. 불완전함에서 진화의 증거를 찾기가 쉽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요?
A. 세상의 모든 생물이 완벽하기만 하다면 진화론이 아니라 창조론이 맞다고 해도 반박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인간의 꼬리뼈, 고래의 이빨과 같이 거의 모든 생물이 현재에는 쓸모 없는 [흔적 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흔적 기관은 진화론에서는 자연스럽게 설명됩니다. 과거의 선조에게는 의미가 있던 기관이었지만, 후손에게는 아무래도 좋게 되어 퇴화되어 버린 기관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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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판다의 엄지를 읽고 가장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바로 이것이다. 판다의 엄지처럼 복잡해 보이는 기관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잘은 몰라도 500 번 정도는 진화를 해야 할 줄 알았는데, 딱 한 번만 변이해도 뾰로롱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전에는 유인원이 인간으로 진화하려면 한 10,000 번 정도 진화해야 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 보다 아주 적을 것이다.

또, 예전에 두 가지 기관이 정확히 동시에 생겨나지 않았다면 죽고 말았을 새에 대한 얘기를 진화론에 대한 반대 논거로서 들은 적이 있는데, 잘은 몰라도 한 개 혹은 두 개의 유전자 변이만으로도 그런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을 것이다.

판다의 엄지에는 앵무조개에서 달팽이의 집, 고동의 껍질 같은 것이, 성장 경사에 관여하는 단 네 개의 파라메터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모두 만들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그림이 실려 있는데 나름 멋진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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